“오늘은 이 그림에서 쉬었다 가자”
고단한 삶의 틈에서 가장 나다워지는 시간
살아갈 힘을 주는 예술적 순간에 관하여
『그림이 있어 괜찮은 하루』, 『월요일의 문장들』 등의 에세이로 독자의 마음을 보듬고 울렸던 조안나가 더 깊은 이야기로 돌아왔다. 지난 3년 동안 그의 삶은 많이 달라졌다. 미국에서 한국으로 터전을 옮겼고, 엄마이자 작가로 살아가는 생활에 적응했으며, 일반인들의 글쓰기 모임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글을 읽고 쓰고 있다. 몸은 하나인데 역할은 여러 개인 삶이다. 이전보다 배는 바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저자는 남과 자신을 비교하지 않고 자기만의 속도로 꿋꿋하게 걸어간다. 어디에나 있는 빛과 그림자를 발견하며 자기만의 색을 찾아낸다.
특별한 비결이 있을까? 그 답은 바로 예술이다. 『나의 다정한 그림들』은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만난 그림 이야기를 나누는 책이다. 그림을 발견한 순간과 그것을 사랑하게 된 이유를 찾아 헤맨 과정이 담긴 책이다. 잠깐 틈을 내서 책을 펼치자. 이제 그림을 바라보고, 저자의 이야기를 읽어 보자. 당신도 ‘나’를 잃지 않으면서도 주변을 돌보는 법, 세상을 새롭게 보는 법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여름엔 겨울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겨울엔 여름을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찾아 헤맸던 그림들을 하나씩 풀어놓으려고 한다. (…)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더라도 환하게 웃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다정한 그림들만 옆에 있다면 말이다.”_「프롤로그」 중에서
“미술에는 정답이 없으니까”
보통 사람의 그림 감상하는 법
색채의 마법사라 불리는 바실리 칸딘스키는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이들에게 어떤 전문적인 지식도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테이트 미술관 총괄 관장 마리아 발쇼는 “미술관은 모든 사람이 서로 동의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의 몇 안 되는 열린 장소”라고 표현했다. 미술은 철저히 기호품이고 자신이 보아서 좋은 작품이 가장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림이라는 장르가 낯설어서 망설이고 있는 이에게 더욱더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복잡한 미술 이론은 몰라도 괜찮다. 무엇이 비싼 그림이고 무엇이 좋은 평가를 받는지 같은 건 중요하지 않다. 미술엔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그림을 찾고, 그림을 보다 자신을 마주하는 저자의 글을 읽다 보면 미술관으로 떠나고 싶어질 것이다. 세상에 넘쳐흐르는 말에서 벗어나 고요할 수 있는 공간, “입은 하나지만 마음은 여러 개일 수 있는” 공간을 사랑하게 될 것이다.
"바실리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 1866~1944)는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이들에게 어떤 전문적인 지식도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그런데 칸딘스키 그림을 좋아한다고 하면, “왜 좋은데요?”라는 질문을 필연적으로 받는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엔 칸딘스키보다 고지영의 화병 그림이 더 좋다. 책에서 본 지식을 덧붙이지 않고 “한지 위에 먹으로 칠한 듯한 동양적 느낌이 좋아요”라고 말하면 그만이다. 형태는 차갑지만 색감이 따뜻하고 짙게 낀 안개처럼 포근한 그림을 바라보며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을 표현하는 법을 손이 아닌 눈으로 배운다.”_「무제가 주는 편안함」 중에서
흐린 하루에 선명한 그림 한 조각
누구에게나 그림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나의 다정한 그림들』에서는 저자가 우연히 발견했지만 자주 만났고, 마침내 애정하게 된 그림들을 만날 수 있다. 저자는 미술을 전문적으로 배우거나 관련 업계에서 일하지는 않지만 누구보다 그림을 향한 애정이 커서 그림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사람이다(책도 마찬가지다). 단어를 모으다 색으로 도망치고 글을 쓰다 그림 앞에 가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 익숙함에서 새로움을 찾기 위해 화가의 삶과 그림에 관심을 두는 사람이다. 그는 앞으로도 삶을 돌아보게 하고 나아갈 힘을 주는 작품들을 찾아다닐 것이다. 그리고 당신도 마찬가지다.
오늘 하루는 어땠는가? 혹시 내가 누구인지 잊을 정도로 바쁘지는 않았는지, 유난히 흐린 하루를 보내지는 않았는지 묻고 싶다. 고단한 일상에 파묻혀 지친 사람, 누구보다 나답게 살고 싶은 사람, 좋아하는 일을 계속해 나갈 힘이 필요한 사람, 익숙한 풍경을 새롭게 보고 싶은 사람 모두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커피 한 모금 마시듯 그림을 바라보며 문장을 음미해 보자. 그러다 보면 당신만의 다정한 그림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가 사는 인생도 그렇지 않은가. 부서지는 파도 뒤에 보이는 저 아름다운 에메랄드빛 바닷속에 막상 들어가면 아름다움 외에 심해의 공포도 맛보게 된다. 무엇이 다가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림은, 문학작품은 인생의 아름다움을 한 폭에 담아 놓고 그것을 잠시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_「바다와 구름이 있는 곳엔 언제나」
200자 요약
『그림이 있어 괜찮은 하루』, 『월요일의 문장들』 등으로 독자의 마음을 보듬고 울렸던 조안나의 미술 에세이. 삶을 이야기하며 그림을 보고, 그림을 보다가 자신을 마주하는 이야기다. 저자는 바쁜 생활 속에서도 쉼과 위로를 주고, 가장 나답게 사는 법을 말해 주며, 좋아하는 일을 꾸준하게 해나갈 힘을 주는 존재가 그림이라고 말한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자유롭게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한다.
책 속에서
평범한 작가, 전형적인 3인 가족의 구성원, 바글거리는 군중 속에서도 눈에 띄지 않는 무명의 중년. 너무 거창하지도 않고 너무 복잡하지도 않은 그냥 보통의 삶을 살기 위해 그토록 많은 밤을 지새웠던 것 같다. 별 볼 일 없는 작가로 살아가는 법, 불안한 아이를 위로해 주는 법, 한밤중에 찾아오는 중년의 외로움을 다루는 법 따위를 죽을 때까지 쓰는 일도 재미있는 과업이 될 것 같다.
그렇게 살다 보면 스토치의 그림 속 (사연 있어 보이는) 여인처럼 다시 홀로 밤의 카페나 기차 한 칸에 앉아 책을 읽게 되는 날이 오겠지. 혼자 있지만 자신의 시간을 즐기고 있어서 쓸쓸해 보이지 않는 그런 피사체로서. 나의 위기를 감당하려고 쓴 글이 같은 위기를 겪는 이들을 도울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도 어떤 위기의 기록들을 읽다 잠든다 .
-보통 사람이 되는 그림
예술은 당연한 걸 당연하게 여기지 않게 도와주기 때문에, 권태와 지루함을 공기처럼 먹고 사는 현대인에게는 잊지 말고 챙겨 먹어야 하는 비타민D 같은 존재다. 햇빛을 보지 못한 날엔 해를 담은 그림을 보며 위로를 받는다. 그러다 진짜 길을 산책하게 되면 방에서 보았던 그림을 떠올린다. 풍경 속의 밖, 바깥 속의 풍경에 현재를 심는다.
-어디에나 있는 빛과 그림자를 붙잡을 것
하나의 그림이 삶의 태도를 바꿀 수도 있다는 걸 배우게 되었다. 많은 것을 숨기고 있는 호퍼의 그림은 미지의 것을 아는 일은 정말 중요하지만, 모든 것을 알 필요는 없다는 것도 알게 해주었다. 우리나라가 그 속에 빠질 정도로 큰 미시간 호수는 파도도 치기 때문에 호수라기보다 바다라고 불러도 무방했다. 호수가 바다도 되는 세상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는데 겨울이라고 늘 집에 있으란 법은 없었다.
-새로운 이벤트는 필요 없다
무엇을 그린 건지 알려 주지 않은 수많은 추상화가 있다. 그것들을 좋아하기 시작한 건, 외로움이 행복보다 넘쳐흐르던 시절부터라고 여러 번 이야기했다. 무엇에도 얽매여 있지 않은데, 도시적이고 비싸고 유명한 그림들. 왜인지 그런 그림들 앞에서 숨이 쉬어졌다. 시원시원한 선들과 크기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캔버스. 물 흐르듯 굵은 도구를 사용해 쭉 그은 화려한 색들의 춤사위. 최근에 인상적으로 본 드라마 대사처럼 “내게 필요한 건 멋진 왕자님이 아니라 나와 함께 춤을 춰줄 망나니”였다. 망나니라고 하기엔 너무 고급스러워서 몇십만 원을 주고 프린트된 아트포스터를 사서 붙여 두고 싶은 그림들. 그 그림 중 하나가 윌렘 드 쿠닝(Willem de Kooning, 1904~1997)의 것이다.
-나랑 같이 밥 먹을래요?
내가 보지 못한 바다의 웅장한 모습이 다른 한쪽의 그림에 있다. 거친 파도와 검은 돌멩이가 천진한 아이들과 대조적으로 어둡다. 아이와 함께 있을 땐 오른쪽 그림에 끌리지만 나 혼자 있을 땐, 무조건 왼쪽 편에 설 것 같다. 요즘 내 삶이 이렇게 양쪽 선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다. 밝았다가 어두웠다가, 즐거웠다가 문득 섬뜩할 정도로 서글퍼진다. 내 글이 너무 평범하다고 혹평한다면, 나는 어떻게 그 글을 두 개로 쪼갤 수 있을까. 한없이 어두울 수도 있고, 끝도 없이 밝을 수도 있는 인간인지라 두 세계의 중간에 서서 멀리 바다를 바라보는 심정으로 글을 쓴다.
-인기가 있든 없든
모두 같은 크기에 같은 모양으로 보이는 격자무늬에도 조금씩 다른 점이 있다. 분명 같아 보이는 일상에도 변화가 존재한다. 그것을 잘 포착하는 이가 되려면 더 많이 관찰해야 한다. 더 많이 미끄러져 봐야 안다. 하지만 우리는 절대 완벽히 성공할 수 없다. 그러므로 끊임없이 그 과정을 반복해야 하는 것이다. 수년간 추상 실험을 거듭한 끝에 단색화의 대가가 되었지만 여전히 작업실에서 똑같지 않은 비슷한 무늬의 반복 예술을 실천하고 있는 정상화 작가처럼…. 문장을 뜯어내고 메우고, 들어내고 메우면서, 해도 해도 다시 나타나는 집안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완벽하지 않은 작가로 계속 살아가고 싶다.
-일상을 균일하게 가꾸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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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 그림에서 쉬었다 가자”
고단한 삶의 틈에서 가장 나다워지는 시간
살아갈 힘을 주는 예술적 순간에 관하여
『그림이 있어 괜찮은 하루』, 『월요일의 문장들』 등의 에세이로 독자의 마음을 보듬고 울렸던 조안나가 더 깊은 이야기로 돌아왔다. 지난 3년 동안 그의 삶은 많이 달라졌다. 미국에서 한국으로 터전을 옮겼고, 엄마이자 작가로 살아가는 생활에 적응했으며, 일반인들의 글쓰기 모임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글을 읽고 쓰고 있다. 몸은 하나인데 역할은 여러 개인 삶이다. 이전보다 배는 바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저자는 남과 자신을 비교하지 않고 자기만의 속도로 꿋꿋하게 걸어간다. 어디에나 있는 빛과 그림자를 발견하며 자기만의 색을 찾아낸다.
특별한 비결이 있을까? 그 답은 바로 예술이다. 『나의 다정한 그림들』은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만난 그림 이야기를 나누는 책이다. 그림을 발견한 순간과 그것을 사랑하게 된 이유를 찾아 헤맨 과정이 담긴 책이다. 잠깐 틈을 내서 책을 펼치자. 이제 그림을 바라보고, 저자의 이야기를 읽어 보자. 당신도 ‘나’를 잃지 않으면서도 주변을 돌보는 법, 세상을 새롭게 보는 법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여름엔 겨울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겨울엔 여름을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찾아 헤맸던 그림들을 하나씩 풀어놓으려고 한다. (…)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더라도 환하게 웃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다정한 그림들만 옆에 있다면 말이다.”_「프롤로그」 중에서
“미술에는 정답이 없으니까”
보통 사람의 그림 감상하는 법
색채의 마법사라 불리는 바실리 칸딘스키는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이들에게 어떤 전문적인 지식도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테이트 미술관 총괄 관장 마리아 발쇼는 “미술관은 모든 사람이 서로 동의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의 몇 안 되는 열린 장소”라고 표현했다. 미술은 철저히 기호품이고 자신이 보아서 좋은 작품이 가장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림이라는 장르가 낯설어서 망설이고 있는 이에게 더욱더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복잡한 미술 이론은 몰라도 괜찮다. 무엇이 비싼 그림이고 무엇이 좋은 평가를 받는지 같은 건 중요하지 않다. 미술엔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그림을 찾고, 그림을 보다 자신을 마주하는 저자의 글을 읽다 보면 미술관으로 떠나고 싶어질 것이다. 세상에 넘쳐흐르는 말에서 벗어나 고요할 수 있는 공간, “입은 하나지만 마음은 여러 개일 수 있는” 공간을 사랑하게 될 것이다.
"바실리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 1866~1944)는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이들에게 어떤 전문적인 지식도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그런데 칸딘스키 그림을 좋아한다고 하면, “왜 좋은데요?”라는 질문을 필연적으로 받는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엔 칸딘스키보다 고지영의 화병 그림이 더 좋다. 책에서 본 지식을 덧붙이지 않고 “한지 위에 먹으로 칠한 듯한 동양적 느낌이 좋아요”라고 말하면 그만이다. 형태는 차갑지만 색감이 따뜻하고 짙게 낀 안개처럼 포근한 그림을 바라보며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을 표현하는 법을 손이 아닌 눈으로 배운다.”_「무제가 주는 편안함」 중에서
흐린 하루에 선명한 그림 한 조각
누구에게나 그림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나의 다정한 그림들』에서는 저자가 우연히 발견했지만 자주 만났고, 마침내 애정하게 된 그림들을 만날 수 있다. 저자는 미술을 전문적으로 배우거나 관련 업계에서 일하지는 않지만 누구보다 그림을 향한 애정이 커서 그림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사람이다(책도 마찬가지다). 단어를 모으다 색으로 도망치고 글을 쓰다 그림 앞에 가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 익숙함에서 새로움을 찾기 위해 화가의 삶과 그림에 관심을 두는 사람이다. 그는 앞으로도 삶을 돌아보게 하고 나아갈 힘을 주는 작품들을 찾아다닐 것이다. 그리고 당신도 마찬가지다.
오늘 하루는 어땠는가? 혹시 내가 누구인지 잊을 정도로 바쁘지는 않았는지, 유난히 흐린 하루를 보내지는 않았는지 묻고 싶다. 고단한 일상에 파묻혀 지친 사람, 누구보다 나답게 살고 싶은 사람, 좋아하는 일을 계속해 나갈 힘이 필요한 사람, 익숙한 풍경을 새롭게 보고 싶은 사람 모두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커피 한 모금 마시듯 그림을 바라보며 문장을 음미해 보자. 그러다 보면 당신만의 다정한 그림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가 사는 인생도 그렇지 않은가. 부서지는 파도 뒤에 보이는 저 아름다운 에메랄드빛 바닷속에 막상 들어가면 아름다움 외에 심해의 공포도 맛보게 된다. 무엇이 다가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림은, 문학작품은 인생의 아름다움을 한 폭에 담아 놓고 그것을 잠시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_「바다와 구름이 있는 곳엔 언제나」
200자 요약
『그림이 있어 괜찮은 하루』, 『월요일의 문장들』 등으로 독자의 마음을 보듬고 울렸던 조안나의 미술 에세이. 삶을 이야기하며 그림을 보고, 그림을 보다가 자신을 마주하는 이야기다. 저자는 바쁜 생활 속에서도 쉼과 위로를 주고, 가장 나답게 사는 법을 말해 주며, 좋아하는 일을 꾸준하게 해나갈 힘을 주는 존재가 그림이라고 말한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자유롭게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한다.
책 속에서
평범한 작가, 전형적인 3인 가족의 구성원, 바글거리는 군중 속에서도 눈에 띄지 않는 무명의 중년. 너무 거창하지도 않고 너무 복잡하지도 않은 그냥 보통의 삶을 살기 위해 그토록 많은 밤을 지새웠던 것 같다. 별 볼 일 없는 작가로 살아가는 법, 불안한 아이를 위로해 주는 법, 한밤중에 찾아오는 중년의 외로움을 다루는 법 따위를 죽을 때까지 쓰는 일도 재미있는 과업이 될 것 같다.
그렇게 살다 보면 스토치의 그림 속 (사연 있어 보이는) 여인처럼 다시 홀로 밤의 카페나 기차 한 칸에 앉아 책을 읽게 되는 날이 오겠지. 혼자 있지만 자신의 시간을 즐기고 있어서 쓸쓸해 보이지 않는 그런 피사체로서. 나의 위기를 감당하려고 쓴 글이 같은 위기를 겪는 이들을 도울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도 어떤 위기의 기록들을 읽다 잠든다 .
-보통 사람이 되는 그림
예술은 당연한 걸 당연하게 여기지 않게 도와주기 때문에, 권태와 지루함을 공기처럼 먹고 사는 현대인에게는 잊지 말고 챙겨 먹어야 하는 비타민D 같은 존재다. 햇빛을 보지 못한 날엔 해를 담은 그림을 보며 위로를 받는다. 그러다 진짜 길을 산책하게 되면 방에서 보았던 그림을 떠올린다. 풍경 속의 밖, 바깥 속의 풍경에 현재를 심는다.
-어디에나 있는 빛과 그림자를 붙잡을 것
하나의 그림이 삶의 태도를 바꿀 수도 있다는 걸 배우게 되었다. 많은 것을 숨기고 있는 호퍼의 그림은 미지의 것을 아는 일은 정말 중요하지만, 모든 것을 알 필요는 없다는 것도 알게 해주었다. 우리나라가 그 속에 빠질 정도로 큰 미시간 호수는 파도도 치기 때문에 호수라기보다 바다라고 불러도 무방했다. 호수가 바다도 되는 세상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는데 겨울이라고 늘 집에 있으란 법은 없었다.
-새로운 이벤트는 필요 없다
무엇을 그린 건지 알려 주지 않은 수많은 추상화가 있다. 그것들을 좋아하기 시작한 건, 외로움이 행복보다 넘쳐흐르던 시절부터라고 여러 번 이야기했다. 무엇에도 얽매여 있지 않은데, 도시적이고 비싸고 유명한 그림들. 왜인지 그런 그림들 앞에서 숨이 쉬어졌다. 시원시원한 선들과 크기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캔버스. 물 흐르듯 굵은 도구를 사용해 쭉 그은 화려한 색들의 춤사위. 최근에 인상적으로 본 드라마 대사처럼 “내게 필요한 건 멋진 왕자님이 아니라 나와 함께 춤을 춰줄 망나니”였다. 망나니라고 하기엔 너무 고급스러워서 몇십만 원을 주고 프린트된 아트포스터를 사서 붙여 두고 싶은 그림들. 그 그림 중 하나가 윌렘 드 쿠닝(Willem de Kooning, 1904~1997)의 것이다.
-나랑 같이 밥 먹을래요?
내가 보지 못한 바다의 웅장한 모습이 다른 한쪽의 그림에 있다. 거친 파도와 검은 돌멩이가 천진한 아이들과 대조적으로 어둡다. 아이와 함께 있을 땐 오른쪽 그림에 끌리지만 나 혼자 있을 땐, 무조건 왼쪽 편에 설 것 같다. 요즘 내 삶이 이렇게 양쪽 선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다. 밝았다가 어두웠다가, 즐거웠다가 문득 섬뜩할 정도로 서글퍼진다. 내 글이 너무 평범하다고 혹평한다면, 나는 어떻게 그 글을 두 개로 쪼갤 수 있을까. 한없이 어두울 수도 있고, 끝도 없이 밝을 수도 있는 인간인지라 두 세계의 중간에 서서 멀리 바다를 바라보는 심정으로 글을 쓴다.
-인기가 있든 없든
모두 같은 크기에 같은 모양으로 보이는 격자무늬에도 조금씩 다른 점이 있다. 분명 같아 보이는 일상에도 변화가 존재한다. 그것을 잘 포착하는 이가 되려면 더 많이 관찰해야 한다. 더 많이 미끄러져 봐야 안다. 하지만 우리는 절대 완벽히 성공할 수 없다. 그러므로 끊임없이 그 과정을 반복해야 하는 것이다. 수년간 추상 실험을 거듭한 끝에 단색화의 대가가 되었지만 여전히 작업실에서 똑같지 않은 비슷한 무늬의 반복 예술을 실천하고 있는 정상화 작가처럼…. 문장을 뜯어내고 메우고, 들어내고 메우면서, 해도 해도 다시 나타나는 집안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완벽하지 않은 작가로 계속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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